P.35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온전히 내 의지로 선택한 결과가 아닐 때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P.36
훌륭한 상담자라면 상대의 입을 열게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가 침묵으로써 보여주는 자기표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말하기의 방식이 다양하듯이 침묵의 모습도 다양하다. 그의 침묵은 분노가 원인일 수도 있고, 관심을 받고 싶어서일 수도 있으며, 발설을 열망하지만 아직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지속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상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필요가 있고, 또 침묵하는 당사자도 자신의 침묵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 왜 나는 침묵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말이다.
P.94
'글은 남지만 인간은 변한다.'고, 특히 그 글이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그렇다. 본인은 글을 쓰면서 자기 반성을 통해 이미 저만큼 달려나갔는데, 남은 자들이 그의 글에 붙잡혀 있다. 그러나 사람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가 남긴 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P.95
어찌 보면 '절대적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똑같은 글이나 말을 접하고도 전혀 다르게 기억할 때가 많다. 심지어 똑같은 영상물을 눈으로 보고도 각기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는 속지 않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진실의 다의성을 인정하면된다. 각기 나름의 진실이 있다. 나름의 진실이란 절대적인 객관성의 기준에 맞추어 판단한 것이 아니라 '나 혹은 그가 체험한 주관적 진실'이다. '사실'과 유사한 개념일 수도 있겠다. 만약 어떤 이가 "그가 죽일 듯이 나에게 덤벼들었다"고 말한다면, 그 당시 정황이야 어찌 됐든 말한 이는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내면아이의 시선에서 보자면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상대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기억은 내게 불리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기억에서 지우거나 왜곡할 수 있지만, 그 또한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사실이다.
무엇보다 말한 자의 발설은 그 순간 모두 사실로서 여기 존재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말이든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발설된 이야기를 그대로 열심히 경청하면 된다.
P.105
살면 살수록 나 역시 얼마나 왕성한 투사제조기인지 절감하게 된다. 인간적 고뇌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투사가 일어나고 그 투사가 단지 투사에 지나지 않음을, 즉 상대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임을 확인하는 과정은 힘들고 가슴 아프다. 내가 누군가를 바보 같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내 얘길 듣던 사람이 '바보 눈에는 바보만 보인다'고 충고했다고 치자. 나는 그가 정말 바보라는 증거를 수백 가지쯤 찾아내려고 기를 쓰게 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투사를 멈추고 싶은데, 쉽지 않은 일이다. 내 그림자가 투사를 통해서라도 밖으로 나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나는 이중의 억압에 시달린다. 내면을 억압했기 때문에 투사를 하게 된 것인데, 다시 투사를 하고자 하는 나를 자책하고 억누른다.
P.107
구성원 모두가 이런 투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면 우리의 관계는 한결 가벼워진다. 상대방의 어떤 반응이나 평가에 대해 공포에 질리거나 절망할 필요도, 반대로 우쭐댈 일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저 상대의 투사에서 건질 만한 것들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상대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반응이 진실이라고 우기지 않아도 되고, 그걸 검증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건 오직 내 마음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일 때 상대의 어떤 말에도 마음을 열고 경청하게 된다. 참 희한한 경험이다. 상대가 내리는 평가가 불편해서 마음을 닫고 방어하며 살았는데, 투사를 활용하는 집단에서는 오히려 상대의 말에 최대한 집중하게 된다.
상대에게서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이 투사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거기에서 배울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상처 입고, 그것에 갇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제레미 테일러가 '꿈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꿈꾼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듯이 내가 쓴 글, 나의 작품, 그리고 내 인생이 가진 진정한 의미는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P.122
결국 우리는 미움과 사랑의 감정이 동전의 양면임을 알게 된다. '죽도록 미운 사람에게'라는 제목의 과제를 안고 씨름했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가면서 그 편지의 대상은 내가 화해하기를, 그리고 사랑하기를 죽도록 원했던 상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P.127
외부 사건과 인간의 내면이 우연히 일치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융은 동시성의 원리라고 했다. 인간의 합리나 이성, 또는 논리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서로 연관되어 일어나는 것이다.
P.210
가치란 인간이 본래부터 추구하던 어떤 지향성이나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잠재능력을 개발시킬 때, 그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도록 돕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당신의 일부이다. 가치관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심지어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하고 마음이 이끌리거나 열의가 느껴지는 것이다.
P.212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만족감을 가져온다면, 가치관에 기초한 삶은 충족감을 가져다준다. 충족감은 행복이나 만족감을 넘어서는 내적 감정이다. 그것은 지속적인 도취감이고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었다는 느낌이다. - <Core Essential Program>
그러고 보면 나는 운 좋게도 치유하는 글쓰기의 장점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배운적도 들어본적도 없지만,
힘이 들고 마음이 아플때, 일기를 쓴다거나 상대에게 편지나 이메일을 썼던 것을 보면..
심지어 부치지 못하고 내가 쓰는 것으로 만족한 보내지 않은 편지들, 나에게 보낸 편지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진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에게서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이 투사라는 사실과 같이 아직 알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고마운 책...
'☆☆잡동사니 > 독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일기 -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_김선경 (1) | 2013.01.10 |
---|---|
독서일기 - 살잡이 까망콩_정주영 (0) | 2012.08.02 |
쪽글 - 배우자를 위한 기도!! (0) | 2012.05.16 |
쪽글 - 위풍당당 _ 마야 (0) | 2012.04.05 |
독서일기 - 운명_문재인 (0) | 2012.03.26 |